오픈소스의 유형
1. GPL, 그리고 GNU
198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가 상용화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리처드 스톨먼 은 1983년부터 2년동안 혼자의 힘으로 수 많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괴력을 보여주다가, 마침내 1985년에 GNU 선언문 발표하고, 같은 해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 을 설립하고, GNU 를 시작하였다.
카피레프트 개념이 적용된 GPL 은 GNU 소프트웨어에 범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1989년에 발표된 오픈소스 라이센스이다.
GNU 는 직접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집합을 가리킨다.
카피레프트 개념이나 GNU 선언문 에 공감하였던 프로그래머들은 자발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GNU 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를 완성해 나갔다.
GNU 가 movement 를 의미하는 시절도 있었다.
1980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법(Computer Software Copyright Act of 1980) 이 통과되었고, 얼마 후 이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 운동도 일어났다.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 산업적 활동의 결과물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서,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GNU 혹은 GPL 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카피레프트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편견과 불신으로 인해서 GNU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오픈소스의 초장기에는 품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고, 공식적 것은 당연한 것이고 공식적인 것에 준하는 기술지원도 불가능했고, 상업적이거나 관료적인 조직에서 guarantee 없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GNU 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지만, 문서화에 동참했던 사람들, 그 문서를 자국의 언어로 번역했던 사람들과 사용자 개개인의 열정과 헌신에 의해 발전하였다.
GNU 소프트웨어들과 리처드 스톨먼, 에릭 레이먼드, 리누스 토르발스 같이 한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들은 소스코드의 품질로 명성이 높았다.
GNU 진영은 오픈소스의 지평을 넓히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지만, 오픈소스 생태계가 광활한 영토로 확장되자, 과거에 비해서 영향력이 많이 축소되었다.
한편, GPL 은 소프트웨어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파생 저작물에도 GPL 을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GPL 의 전염성은 카피레프트 개념과 어울리지 않게 저작권자의 권리를 가장 두텁게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GPL 이 적용된 상업적인 소프트웨어가 유행처럼 번졌던 일은 결코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2. 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 와 MIT License, 그리고 UC 버클리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BSD의 최초 버전은 1977년 빌 조이 가 주축이 된 UC 버클리 대학원생들이 만들었고, 나중에는 그들이 주축이 되었던 CSRG(Computer Systems Research Group) 에서 BSD 개발을 계속하였다.
BSD의 최초 버전은 AT&T 의 벨 연구소 에서 만든 유닉스 소스코드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AT&T 의 USL(UNIX System Laboratories, Inc.) 과 USL(UNIX System Laboratories, Inc.) 을 인수한 노벨 과의 사이에 오랜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BSD License 는 CSRG(Computer Systems Research Group) 에서 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 에 적용한 라이센스이다.
BSD License 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의 MIT License 를 포함하여, 그 이후에 발표된 많은 오픈소스 라이센스에 영향을 주었다.
BSD 와 MIT License 를 적용한 소프트웨어는 UC 버클리 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와 같은 교육기관이나 공적인 연구기관에서 개발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UC 버클리 에서 기원한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BSD License 에서 파생된 다른 라이센스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
UC 버클리 의 Ingres 프로젝트에서 기원한 PostgreSQL 은 오래동안 BSD License 로 배포되었지만, 현재는 BSD License 와 그 내용이 유사한 PostgreSQL License 로 배포되고 있다.
한편, 그 기원이 UC 버클리 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에 있지 않는 소프트웨어들도 BSD License 나 MIT License 를 채택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Node.js, jQuery, Ruby on Rails 같은 것들이 MIT License 로 배포되고 있다.
또한, 상업적인 회사들도 BSD License 나 MIT License 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
Chromium 중 구글이 관여한 부분은 BSD License 가 적용된다.
BSD 와 MIT License,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라이센스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높은 품질로 명성이 자자한 것들이 많다.
3. Apache License, 그리고 Apache 재단
1999년 설립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은 1995년에 처음 발표된 Apache HTTP Server 을 비롯하여 수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아파치 라이선스 는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에서 만든 라이센스이다.
상업적인 회사들이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아파치 라이선스 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치 라이선스 는 매우 관대한 라이센스 중에 하나이다.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은 Java 기술의 발전에서 많은 기여를 하였고,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이 관리하지 않는 Spring Framework 와 같은 것들도 아파치 라이선스 로 배포되고 있다.
4. 상업적인 영광을 뒤로 하고...
4.1. MPL(Mozilla Public License), 그리고 Mozilla 재단
현대적인 웹브라우저들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Netscape Navigator 라는 화석을 만나게 된다.
Netscape Communications 사는 1994년 Netscape Navigator 를 출시한 이후에 짧은 영광을 누렸으나, Internet Explorer 에 밀리면서, 1997년 Netscape Communicator 를 출시하고, 1998년에는 오픈소스로 전환한 Mozilla 로 반전을 노렸지만, 기능과 안전성 면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세가 Internet Explorer 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시장의 물줄기를 되돌린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과정에 에릭 레이먼드 가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1999년에는 Netscape Communications 사가 AOL 에 인수되었고, 그 이후 Mozilla 는 AOL 의 후원으로 운영되었다.
2003년 AOL 은 웹브라우저 개발을 중단하였고, Mozilla 재단 이 설립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AOL 은 2008년 Netscape Navigator 9 의 마지막 버전인 9.0.0.6 까지 Firefox 혹은 Gecko 기반의 Netscape Browser 를 출시한 바 있다.
2014년에는 Firefox 의 시장점유율이 전세계 기준으로 12% ~ 22% 까지 올라갔고, 일부국가에서는 40% 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Firefox 는 2005년 출시가 중단된 Mozilla application suite 에서 웹브라우저 기능만 떼어낸 제품이다. 비슷한 시기에 떨어져 나온 Thunderbird 는 이메일 클라이언트의 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힘을 많이 빠졌다.
2025년을 기준으로 하면, Firefox 의 시장점유율도 크게 후퇴하였고, Netscape Navigator 를 밀어냈던 Internet Explorer 도 Chromium 과 이에 기반한 브라우저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7년 이후에는 여러 상업적인 회사들이 작성한 웹 기술에 대한 문서를 Mozilla 재단 의 MDN(Mozilla Developer Network) 에서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MPL(Mozilla Public License) 은 모질라 재단 이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때 채택하고 있는 라이센스이다.
4.2. StarOffice, OpenOffice, LibreOffice
LibreOffice 의 역사는 1985년 스타 디비전(Star Division)의 스타 라이터(StarWriter)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Sun Microsystems 는 1999년 Microsoft Office 에 가려져 있던 StarOffice 를 인수하였고, 다음 해에는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OpenOffice 로 이어졌고, 2010년 LibreOffice 가 갈라져 나왔다.
Sun Microsystems 는 2009년 까지 OpenOffice 기반의 StarOffice 를 발표하였다.
OpenOffice 와 LibreOffice 는 각각 Apache License 2.0 와 LGPL v3 으로 배포되고 있다.
LGPL 은 GPL 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적을 받았던 몇 가지 제약을 제거한 라이센스이다.
5. 다른 인상 깊은 것들
5.1. Spring Framework
Apache License 2.0 으로 배포되고 있는 Spring Framework 는 2002년 출간된 "로드 존슨" 의 저서(Expert One-on-One J2EE Design and Development)에 수록된 소스코드를 모태로 출발하여, 2004년 1.0 , 2006년 2.0 버전을 각각 발표하였고, 최신 버전은 2022년에 발표된 6.0 이다.
Spring Framework 의 원시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던 2002년 정도에는 디자인 패턴 이나 EJB 와 같은 것들이 주목을 받던 시절이다.
당시에 일부 진취적인 Java 프로그레머들 중에는 EJB 는 아니지만, EJB 와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면서, Spring Framework 는 아니지만, Spring Framework 나 그와 유사한 것들의 일부를 라이브러리로 개발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Spring Framework 로 갈아타게 된다.
Spring Framework 2.0 버전이 출시된지 불과 3년이 지난 2009년에 발표된 전자정부 표준프레임워크 에 Spring Framework 가 포함되면서, Java 진영은 드디어 봄날을 맞이하게 된다.
Spring Framework 가 인상적인 것은 "로드 존슨" 이라는 개인에서 출발해서, 원시적인 아이디어부터 7년, 버전 2.0 부터는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계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5.2. Python
PSFL(Python Software Foundation License) 로 배포되고 있고, Guido Van Rossum 이 처음 발표한 파이썬 의 역사는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내에서 파이썬 은 Red Hat Linux 설치 프로그램인 Anaconda와 함께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지 않았던 Linux 마니아 층에서는 파이썬 의 존재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했던 극소수만이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몇 권의 책을 읽어내려가는 정도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파이썬 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약진에 기인했다.
파이썬 은 C 나 C++ 로 작성된 인공지능(AI) 라이브러리와 연결하는 것이 수월한 편이고, 들여쓰기로 블록을 구분하는 독특한 구문 덕분에 "{}" 혹은 "then end" 사이에 블럭을 집어 넣는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엉망진창 코드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범 영어권 사용자라는 것을 전제로) 숙련도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익히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C, C++, Java 와 같은 프로그레밍 언어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중에서는 "{}" 사이에 블럭을 집어 넣는 것이 익숙하기도 않고 자신은 엉망진창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이썬 이 블럭을 구분하는 방식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파이썬 은 초창기 Guido Van Rossum 의 역활이 절대적이었고, C, C++, Perl 까지는 아니지만, Java 보다는 역사가 긴 프로그래밍 언어이고, 이런 서사를 가진 프로그래밍 언어가 오랜 시간만에 대중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다.
TIOBE 에 따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현재 파이썬 의 시장점유율은 24.45% 로 압도적인 1등이라고 한다.
6. 상념들...
2025년은 GNU 선언문 이 발표된지 40년이 되는 해이고, 1980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법(Computer Software Copyright Act of 1980) 통과와 MS-DOS 의 모태가 된 86-DOS 의 최초 버전이 출시된지 45년이 지난 해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분야 시장규모는 40여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성장하였고, 시장의 패러다임이나 개발 방식도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시장이란 명분과 욕망, 이성과 어리석음, 노력과 우연이 적당히 버무려지는 공간이고, 돈이란 (수익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산업계와 오픈소스 진영 사이는 일시적으로 긴장감이 흐른 적도 있었었지만,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공존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오픈소스 진영으로부터 인력과 아이디어를 공급받았고, 오픈소스 진영에 Mozilla 나 LibreOffice 와 같이 소스코드와 인력을 공급하기도 했다.
한편, 독점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경험도 있었고, 상호호환성이나 표준 같은 것들이 중요하거나 독점을 막야야 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상업적인 회사들의 중간지대에 오픈소스를 위치시키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00년 이전의 오픈소스는 GNU 와 같이 movement 에 가깝거나, UC 버클리 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대학 같은 곳에서, 말도 안되게 뛰어난 개인들이 주도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충분히 성장한 2000년 경부터는 그 이전과 같은 동력은 제한적이라고 할 것이다.